일기
그냥 여러모로 힘들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 책을 펴도 집중이 안되고 눈물이 눈 한 쪽에서 세 줄기씩 흐르길래 손을 얼굴 옆에 갖다대고 얼굴을 가렸지만 눈물이 책 위로 떨어질 거 같아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울면 너무 서러울 거 같았고 사람도 있길래 그냥 밖으로 나갔다… 도서관 뒤편에 나무 데크로 된 스탠드계단이 있다 오르막 산책로가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는 형식이라 아늑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사람이 잘 안 다녀서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사람이 안 다녀서 그런지 잡초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데 요 며칠 안 가다가 오랜만에 가니까 계단앞에 잡초가 거의 내 무릎까지 자라있었다. 거기 앉아서 이어폰으로 수프얀 스티븐스 노래를 들으며 멍때리고 있으니까 다시 눈물이 조금씩 나더니 코끝 턱끝에서 내 바지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난 울 때 소리를 내며 우는 편은 아니다. 또 서러워서 운다기보단 그냥 주기적으로 이럴 때가 있듯이… 그냥 감정을 배출한다는 느낌의 울음이라 꺼이꺼이 울지도 않고 눈물 몇 줄기 흐르고나서 그쳤다. 도서관 주변에 심어놓은 작은 잔디밭들 전체에 데이지꽃이 만개해서인지 오늘따라 나비가 많았다. 그리고 살면서 가장 가까이서 멈춰있는 나비를 봤다. 내 무릎 바로 옆 데이지 꽃에 나비가 앉았는데 하얀색 날개를 가진 나비였다. 정말 이뻤다. 오늘 날씨도 참 좋은 게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었다. 피부가 탔을 거 같긴 하지만… 무튼 잡초들 사이에도 데이지가 많이 펴서 꽃밭 같기도 했다. 기분이 더 나빠질래야 나빠지기가 힘든 곳이었다. 한바탕 울고나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덕분에 정화되었다. 기분이 아주 나아졌다. 이런 시간을 보낸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