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일기

여러모로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 책을 펴도 집중이 안 됐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세 줄기씩 흐르고 얼굴을 가렸지만 눈물이 책 위로 떨어지려 했다. 때문에 화장실로 가고 있던 도중 밖에 나가기로 맘을 바꿨다. 화장실에서 울면 더 서러울 것 같았다 도서관 뒤편에 나무 데크로 된 스탠드계단이 있다 뒤편 산책로보다 훅 낮은 지대가 옆에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는 경사에 놓인 형태라 아늑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사람이 잘 안 다녀 내가 자주 가는 곳이다 좋아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관리 주기가 긴 것 같다 요 며칠 안 가다 오랜만에 가 보니 데크 사이사이 잡초가 방치돼 거의 내 무릎까지 자라있었다 거기 앉아 이어폰으로 수프얀 스티븐스 노래를 들으면서 멍하니 있으니까 다시 눈물이 조금 맺혔다 그리고 코끝 턱끝에서 바지 위로 뚝뚝 떨어졌다. 울 때 소리를 내며 우는 편은 아니다 꺼이꺼이 울지도 않고 눈물 몇 줄기 흐르고나면 금방 그친다 또 서러워서 운다기보단 그냥 주기적으로 이럴 때가 있잖아... 감정은 배출하는 게 좋다 우울이든 뭐든 감정이라는 게 혼자 있을 때마저 참을 건 아니니까 답답하다면 울고 싶은 거지 그 마음을 나는 이해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도서관 주변에 심어놓은 작은 잔디밭들 전체에 데이지꽃이 만개해서인지 이 잡초 들꽃들까지도 따라온 나비가 오늘따라 많았다. 무릎 바로 옆 꽃에 앉은 나비를 가까이서 보는 것으로 기분이 아주 나아진다. 날씨도 쨍쨍한 게 피부가 탔을 거 같긴 하다만 기분이 더 나빠지기도 힘들고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정화됨을 느낀다

제인 버킨, 루 두아용, 세르주 갱스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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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제인 버킨, 루 두아용, 세르주 갱스부르, 샤를로트 갱스부르 제인 버킨의 인터뷰 중 세르주와의 이별에 대한 내용 일부를 발췌했다. ...And then afterwards, when I broke up with serge or rather I left him, we didn't break up. He was the first to be surprised I left. He was the one who when I rang him up to say that I'd had a baby daughter he said 'well thank god for that because I can't imagine myself as being godfather to a little boy'. So he moved in as being godfather. He wanted to be Lou's..., he said to Lou that he wanted her to call him Papa-Deux. And as Papa-Deux, he stayed and he took care of me and he went on writing these songs for me, the best songs in fact cause they were all his pain, so 'Amours des feintes', the last one, love of the dead was written 3 months before dying, The first one was written within a year of me leaving him which was the one which was 'Baby alone in babylone'.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제인 버킨이 프랑스 말을 약간 섞어 해서 세르주&제인에 대한 내 배경지식을 끌어와 겨우 받아 적었는데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

Björn André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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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소년이 그 세상을 떠난 날

reel around the fountain

곡을 이루는 모든 구성이 아름답다 15 minutes with you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코러스를 필 세션에서는 한결 편안하게 부른다 조이 디비전 스타일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사 자체가 워낙에 아름답게 쓰였기에 가사를 곱씹어 보는 것도 좋다… 가사를 두고 소아성애니 뭐니 하지만 모리세이가 말하기를 육체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영혼의 순수함을 잃는 순간을 썼다고 한다 가사에 인용도 많이 했는데 그중 지난 밤 당신의 꿈을 꾸고 침대에서 두 번 떨어졌다 는 구절 조니 마의 멜로디와 들으니 더욱 좋다 또 좋아하는 부분은 people said that you were easily led And they were half right 사람들은 당신이 너무 쉽게 빠져든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반만 맞았어. 쉽게 빠져드는 건 당신이 아니라 나임을 의미하는 거라 추측해 본다 reel around the fountain john peel sessions

비 오는 추석

오늘부터는 최고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져서 꽤 쌀쌀하다 해도 많이 짧아졌는지 어느샌가부터 저녁 먹으러 가는 길도 어두워졌다. 며칠 전부터 날씨가 오락가락 심상찮더니 하루종일 비가 추적인다 저녁 먹고 기숙사에 잠시 들러 옷을 갈아입고 손발도 씻고 나와 타임 뛰기 전 잠깐 쉬려 했더니 찾을 택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우산을 쓰고 혼자 자주관 택배 보관소까지 갔다 오는 길에 문득 떠오른 유재하 목소리 이제 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고 유재하 목소리란 것도 알지만 평소에 유재하 노래를 자주 듣지 않아 제목은 몰랐는데 찾아보니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었다 1집만 내고 죽고. 가창력이 훌륭하진 않지만 감상에 젖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노래를 들은 감상(느낀 것을 뜻하는 감상)을 적으려는 것은 아니었고 음악보다는 오늘 해가 지고 난 후 그 깜깜한 저녁하늘과 불 꺼진 호실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할 일에 대한 생각, 자주관까지 가는 도중 들리는 말소리와 소음 그리고 그 소리들은 전부 지나가도 혼자 걷는 내 발소리는 날 지나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어서. 이 감각이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읽을 때에 어제처럼 생생해졌으면 해서

Fall in love with a person who enjoys your madness. Not an Idiot who forces you to be normal.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요즘 무척 꽂힌 두 노래 데프톤즈의 Sextape, 빌리 홀리데이의 The End of a Love Affair 우연하게도 영화와 무척 잘 어울려서 이 노래들을 들으며...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1989년 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봤다 이게 내가 본 소더버그의 두 번째 영화로, 첫 번째는 <카프카>였는데 카프카와는 좀 다른 느낌이고 카프카가 시각적인 즐거움은 더 있지만 내용의 흥미로 따지자면 개인적으로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더 재밌었다 그레이엄은 여자 앞에선 성불능이지만 여자의 인터뷰가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흥분한다 그가 자신의 이런 행동에 대해 과거 애인에게 저질렀던 잘못으로 인해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억압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그레이엄의 이런 성향은 강박에 가까워 보인다. 앤은 섹스는 공허하고 자위는 비천하다고 말하며 관련된 단어를 입에 담기도 꺼려하는, 보수적이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여자다 그런 거부감이 깔려 있기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이를 의식하며 단 한 번도 오르가즘을 느낀 적 없다 또 주인공은 아니지만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 있다. 앤의 동생 신시아다. 그녀는 앤과 달리 성에 개방적이고 섹스와 사랑을 구분하며 성생활을 즐긴다   앤과 그레이엄은 억눌린 상태에 있다 그레이엄은 그 점을 인지하고 있는 데에 반해 앤은 성행위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론 그레이엄과의 관계를 상상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쨌든 비디오테이프는 앤과 그레이엄을 그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인터뷰 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에 그들은 카메라 앞에 서서 내밀한 자기 고백을 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성은 사람이 가진 욕망이나 트라우마 등을 포괄하는 상징까지로도 보인다 영화는 사랑 혹은 사랑뿐 아니라 더욱 친밀한 관계에서, 이 영화에서 성이 상징했던 그 어떤 것들이 필수적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250726 오후11:11